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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번역본] 주목받은 도쿄대학 입학식 축사
2019-04-17

[번역본] 주목받은 도쿄대학 입학식 축사

일본의 새 학기가 시작되는 4월. 4월 12일에 있었던 도쿄대학 학부 입학식에서의 우에노 치즈코(上野千鶴子) 명예교수의 축사가 지금 일본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IKIDANE에서 그 축사 내용 번역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원문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입학 축하드립니다. 여러분은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어 이 자리에 올 수 있었습니다.

여학생들이 놓인 현실

그 선발시험이 공정하다고 믿고 여러분은 의심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불공정하다면 분노가 솟겠죠. 하지만 지난해 도쿄의과대학 부정 입시가 발각되어 여학생과 재수생에게 차별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문부과학성이 전국 81개 의과대와 의학부를 조사한 결과 여학생 입학의 어려움, 즉 여학생의 합격률에 비해 남학생의 합격률은 1.2배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도쿄의과대는 1.29배, 최고치는 준텐도대 1.67배, 상위권에는 쇼와대, 니혼대, 게이오대 등 사립 대학이 줄을 이었습니다. 1.0보다 낮은, 즉 여학생이 들어가기 쉬운 대학은 돗토리대, 시마네대, 도쿠시마대, 히로사키대 등 지방 국립 대학 의학부가 있습니다. 참고로 도쿄대학 이과 3류는 1.03배, 평균보다는 낮지만 1.0보다는 높은 이 수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통계는 중요합니다. 통계를 근거로 고찰이 성립되니까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합격하기 어려운 것은 남학생이 성적이 우수하기 때문일까요? 전국 의학부 조사 결과를 공표한 문부과학성 담당자가 이런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남학생 우위의 학부, 학과는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으며 이공계나 인문계도 여학생이 우위한 경우가 많다'. 이것은 의학부를 제외한 타 학부에서는 여학생 입학의 어려움이 1 이하라는 것, 의학부가 1을 넘는 것은 납득될만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사실 각종 데이터에서 여학생의 편차치(학력 검사 결과)가 남학생보다 높은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우선 여학생은 재수를 기피하기 위해 여유를 갖고 지원하는 학교를 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두 번째로 도쿄대학 입학자의 여성 비율은 장기간에 걸쳐 '2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18.1%로 작년도를 밑돌았습니다. 통계적 편차치 정규 분포는 남녀차가 없기 때문에, 남학생보다 우수한 여학생이 도쿄대 입시를 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4년제 대학 진학률에도 성별에 의한 갭이 있습니다. 2016년도 학교 기본조사에 의하면 4년제 대학 진학률은 남자 55.6%, 여자 48.2%로 7%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 차이는 성적의 차이가 아닙니다. '아들은 대학까지, 따른 단기대학(2년제)까지'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의 성차별의 결과입니다.
최근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 씨가 일본을 방문하여 '여성 교육'의 팔요성을 주장했습니다. 파키스탄에서는 중요하지만 일본과는 무관한가요. '어차피 여자니까' '그래봤자 여자니까'라며 찬물을 끼얹고 발목을 잡는 것을 aspiration의 cooling down 즉 의욕의 냉각 효과라고 합니다. 말랄라 씨의 아버지는 '어떻게 딸을 키웠는가'라는 질문에 '딸의 날개를 꺾지 않도록 해왔다'라고 답했습니다. 말 그대로 딸들은 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날개를 꺾여 온 겁니다.
그렇게 도쿄대학에 진학한 학생을 기다리는 것은 어떤 환경일까요. 타 대학과의 미팅에서 도쿄대학 남학생은 인기가 있습니다. 도쿄대학 여학생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학 어디야?'라는 질문을 받으면 '도쿄, 의, 대학...'이라고 답한답니다. 왜냐면 '도쿄대학'이라고 말하면 기피하기 때문이랍니다. 왜 남학생은 도쿄대학생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데 여학생은 대답을 주저하는 걸까요. 왜냐면 남성의 가치와 우수한 성적은 일치하지만, 여성의 가치와 우수한 성적 사이에는 괴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성은 어릴 때부터 '귀여움'을 기대받습니다. 그런데 '귀여움'이란 어떤 가치일까요? 사랑받고, 선택받고, 보호받는 가치에는 상대를 절대로 위협하지 않는다는 보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은 자신의 성적이 우수한 것과 도쿄대생인 것을 숨기려 하는 겁니다.
도쿄대 공학부와 대학원의 남학생 5명이 사립대 여학생을 집단으로 성적 능욕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가해자 남학생은 3명이 퇴학, 2명이 정학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을 모델로 삼아 히메노 카오루코라는 작가가 '그녀는 머리가 나쁘니까'라는 소설을 썼고, 작년에 그것을 테마로 학내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그녀는 머리가 나쁘니까'라는 것은 취조 과정에서 실제로 가해자 남학생이 내뱉은 말이랍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 도쿄대 남학생이 사회에서 어떤 시선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도쿄대에는 지금도 도쿄대 여학생은 실질적으로 가입할 수 없고 타 대학 여학생만 가입할 수 있는 남성 동아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학생이었던 반세기 전에도 비슷한 동아리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반세기 지난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니 놀랐습니다. 올 3월에 도쿄대학 남녀공동 참여 담당 이사, 부학장 명으로, 여학생 배제는 '도쿄대 헌장'이 내세우는 평등 이념을 반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다닌 학교는 표면적 평등 사회였습니다. 편차치 경쟁에 남녀별은 없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할 시점에서 이미 보이지 않는 성차별이 시작됩니다. 사회에 나가면 더욱 노골적인 성차별이 난무합니다. 도쿄대학 또한 유감스럽지만 그 예의 하나입니다.
학부에서의 약 20%인 여학생 비율은, 대학원 석사 과정에서 25%, 박사 과정에서 30.7%가됩니다. 그 후의 연구직을 보면 조교 여성비율은 18.2%, 준교수 11.6%, 교수직 7.8%로 낮아집니다. 이것은 국회의원의 여성 비율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여성학부장, 연구과장은 15명 중 1명, 역대 총장에 여성은 없습니다.

여성학의 선구자로서

이런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 40년 전에 생겼습니다. 여성학이라는 학문입니다. 지금은 젠더 연구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제가 학생일 때 여성학이라는 학문은 이 세상에 없었습니다. 없었기 때문에 만들었습니다. 여성학은 대학 밖에서 생겨 대학으로 진입했습니다. 4반세기 전 제가 도쿄대학에 부임했을 때 저는 문학부에서 3명 째 여성 교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성학을 교단에서 가르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여성학을 시작해보니 이 세상에는 풀지 않은 의문투성이었습니다. 왜 남자는 바깥일을 하고 여자는 집안일이라고 정해진 걸까? 주부란 무엇일까? 생리대나 탐폰이 없었던 시대에 월경 용품은 뭘 사용했었던 걸까? 일본 역사에 동성애자는 있었던 걸까? ... 누구도 조사한 적이 없기 때문에 선행 연구라는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무얼 해도 그 분야의 선구자, 제일인자가 될 수 있었던 겁니다. 오늘날 도쿄대학에서는 주부 연구, 소녀만화 연구, 섹슈얼리티 연구를 해도 학위를 받을 수 있지만, 그건 우리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투쟁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를 움직이게 한 것은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과 사회의 불공정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학문에도 벤처가 있습니다. 쇠퇴해 가는 학문이 있으면 새롭게 발흥하는 학문이 있습니다. 여성학은 벤처였습니다. 여성학뿐만 아니라 환경학, 정보학, 장애학 등 다양한 새로운 분야가 탄생했습니다. 시대의 변화가 그것들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변화와 다양성에 열려있는 대학

말하지만, 도쿄대학은 변화와 다양성에 열려 있는 대학입니다. 저 같은 사람을 채용하고 이 자리에 세운 것이 그 증거입니다. 도쿄대학에는 국립대학에서 두 번째인 재일한국인 교수 강상중 씨도, 고졸 교수 안도 타다오 씨도 있었습니다. 또한 시청각중복장애인인 교수 후쿠시마 사토시 씨도 계십니다.
여러분은 선발되어 이곳에 왔습니다. 도쿄대생 한 사람에게 드는 국비 부담은 연간 500만엔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4년간 훌륭한 교육학습 환경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훌륭함은 이곳에서 가르친 경험이 있는 제가 보증합니다.
여러분은 노력하면 그 대가가 돌아온다고 생각하고 여기까지 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두에서 부정 입시를 언급한 것처럼 노력해도 공정하게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회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력하면 대가가 돌아올 거라고 여러분이 생각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여러분 노력의 성과가 아닌 환경 덕분이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오늘날 '노력하면 대가가 돌아온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여러분 주위 환경이 여러분을 격려하고 등 떠밀어주고 손을 잡고 끌어올려주고 이룬 것을 평가하고 칭찬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노력해도 대가를 얻지 못하는 사람, 노력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 지나치게 노력해서 마음과 몸이 망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노력하기 전부터 '그래봤자 너는 안 돼' '어차피 나 같은 건'이라며 노력할 의욕을 상실해버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노력을 부디 자신이 이겨내기 위해서만 쓰지 마십시오. 좋은 환경과 능력을,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비하하기 위해서가 아닌 그런 사람들을 돕기 위해 쓰십시오. 힘을 빼고 저산의 약함도 인정하고 서로 도우면서 사십시오. 여성학을 낳은 것은 페미니즘이라는 여성운동이지만 페미니즘은 결고 여자도 남자처럼 굴고 싶다거나 약자가 강자가 되고 싶다는 사상이 아닙니다. 페미니즘은 약자가 약자의 모습 그대로 존중받는 것을 요구하는 사상입니다.

도쿄대학에서 배우는 가치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의 이론과는 다른 예측 불가능한 미지의 세계입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은 정답이 있는 知를 추구해 왔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을 기다리는 것은 정답이 없는 물음으로 가득 찬 세계입니다. 학내에 다양성이 왜 필요하냐면, 새로운 가치란 시스템과 시스템 사이, 다른 문화가 마찰하는 곳에서 생기기 때문입니다. 학내에 머무를 필요는 없습니다. 도쿄대학에는 해외유학과 국제교류, 국내 지역 과제 해결과 관련된 활동을 서포트하는 시스템도 있습니다. 미지를 찾아 다른 세계에도 뛰어드십시오. 다른 문화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간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살 수 있습니다. 여러분에게는 도쿄대 브랜드가 전혀 통용하지 않는 세계에서도, 어떤 환경에서도, 어떤 세계에서도, 설사 난민이 되어서라도 살아갈 수 있는 知를 체득했으면 합니다. 대학에서 배우는 가치란 이미 아는 知를 습득하는 것이 아닌, 지금까지 아무도 본 적이 없는 知를 만들어내기 위한 知를 습득하는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知를 만들어내는 知를 메타 지식이라고 합니다. 그 메타지식을 학생들이 체득하게 하는 것이 대학의 사명입니다.
도쿄대학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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